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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우리를 당기는 것은 무엇인가? , 알폰소 쿠아론 - 그래비티(Gravity)

 

 

(이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아폴로 13과 유사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재난 영화이기에 선택한 영화.

무중력의 표현이 문제가 아니라, 우주라는 공간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궁금했던 영화.

그리고.. 왜 제목이 그래비티(Gravity) = 중력 인가.. 라는 것이 궁금했던 영화.

 

 

이 영화를 보고 난 지금 저 궁금증이 풀렸고 영화관을 떠나면서 느꼈던 흥분은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이 여운이 다 가기 전에 뭔가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영화의 초반부는 우주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팀이 나온다.

끊임 없이 예감이 안좋다며 불평하는 우주여행자, 그 속에서 유달리 긴장하는 여 주인공.

하지만 그러한 심적인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장관들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수리하는 중 긴장한 나머지 도구를 놓치는 장면, 우주선에 줄을 묶고 열심히 노닥거리는 여행자의 장면.

자유롭게 우주유영을 하고 싶다면서 끊임 없이 우주선 주위를 도는 우주여행자의 장면.

 

초반부의 장면들은 도대체 저 장면을 왜 넣었는가.. 이것은 무슨의미들인가 끊임 없이 생각하게 했다.

하지만, 영상미에 압도되어 이 영화의 제목을 그 순간은 잊고 있었다.

 

 

이윽고 본격 재난 영화의 상황이 벌어지고, 우주에는 공기가 없기에 인간의 귀로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을 그대로

반영하듯 사운드 이펙트 보다 영화 전반에 깔린 테마 음악이 나온다.

그리고 들리는 주인공의 거친 숨소리, 지구와 연락이 끊겼음에도 기록을 위해 계속되는 상황의 보고.

 

결국 여주인공은 도움을 받고,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 지구로 귀환하는데 성공하며...

그녀는 그래비티(Gravity)가 무엇인지 깨달음을 얻는다.

 

여러 여행자들 간에 의미 없어 보이는 끊임 없는 대화의 연속, 두 우주여행자를 연결하는 끈,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우연히 잡힌 지구의 라디오, '착륙이 곧 이륙이다'라는 장면.

 

중력은 무게를 가진 두 물체가 서로를 당기는 힘으로 흔히들 두 물체 사이에 줄로 연결된 장면들을 떠올릴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바로 이 당기는 힘이 어떠한 것이 있는지 끊임 없이 보여주는 것으로 가득 채웠다.

 

직접적으로 끈으로 묶어있는 상황을 통해서.

끊으로 묶여있지 않지만 우주유영을 위한 도구를 통해서.

이 둘도 없지만 끊임 없이 교신을 시도하는 방법을 통해서.

고독함 속에서 죽음을 예감하고 있을 때 대화도 통하지 않지만 들리는 지구의 라디오를 통해서.

그리고, 자신의 두발로 땅을 딛고 일어서는 장면을 통해서.

 

이 장면들은 모두 중력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었다. 재난영화와 이렇게 연계가 완벽한 형태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재난을 당한다면, 누군가의 도움, 누군가의 관심, 누군가의 존재가 매우 그리울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누군가와 연결되어있다는 기분, 거기서 오는 안정감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이 점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여겨진다. 온전히 이것만을 위한 영화.

 

 

'착륙이 곧 이륙이다'

 

이 모든 여정의 중반부 이후, 꿈같은 시간을 겪으면서 이제껏 끌려다니기만 했던 주인공이 스스로 일어서겠다고,

다짐하고 앞으로 나가겠다고 마음 먹었음을 의미하는 문장.

소유즈 우주선이 착륙을 위해 마지막 지점에서 연료를 소모하여 중력에 반하는 추진력을 사용한다.

땅으로 부딪히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영화에서는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장치로, 다시 일어서기 위한 장치로 사용된다.

 

여 주인공은 계속 이야기한다. 나는 매번 실패했다고, 제대로 이륙할 수 없었다고,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통해서 그녀가 제대로 이륙할 수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정처 없이 차를타고 떠돌아 다녔다는 이야기, 마치 우주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모습.

영화를 관람하는 이에게는 답답함을 선사하였지만,

올바른 착륙, 올바른 이륙을 하기 위해서는 견뎌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모든 역경을 딛고 지구로 돌아온 그녀는 당당히 땅을 딛고 일어선다.

이 장면이 진행되는 내내 라디오에서는 구출대를 보내고 있다, 당신의 신원을 밝혀라. 라는 내용의 라디오가 반복된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유유히 당당히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영화는 끝을 낸다.

구조하러 오는 자들의 모습도 보여주지 않는다.

 

이는 결국 다시 일어서는 것은 스스로 행해야하는 과업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내포한다고 본다.

일단, 중력으로 한번 잡아 당겼으니, 그 방향을 정해 올바르게 착륙하는 것은 스스로 해야했던 우주에서 처럼 말이다.

 

우리를 당기는 힘은 무엇인가?

그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P.S. 이 영화는 고증도 잘 되어있다. 많은 이들이 깜짝 놀랐던 장면이 두 개 있는데,

그 두 개가 아주 과학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이렇게 친절한 영화는 흔치 않을 것이다.